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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내 마음의 거울, 그림자 @차지훈

(얼굴에 갑자기 뭘 묻히고 싶어지는 사진)

 

"저기... 그쪽 얼굴에 뭐 묻었어요." 

 

길가다가 모르는 사람에게 이런 말을 들으면 황급히 얼굴을 만지작거리며 밥풀이든 토마토 소스든 닦아내려 할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고맙다는 말까지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저 문장에서 딱 두 글자만 바꿔보자.


"저기... 그쪽 마음에 뭐 묻었어요."


참을 인 자를 쓰기도 전에 거친 말부터 튀어나올 것이다.

얼굴의 티는 알려주면 감사하다고 하면서 마음의 티는 인정하는 것조차 싫어한다.

하지만 인정하기 싫다고 해서 티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거울 속의 진정한 '나')


불행하게도, 우리는 우리의 그러한 티끌들을 주변에서 너무나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혹시 이유없이 싫다는 느낌이 드는 사람이 있는가? 특별한 해를 가한 것도 아니고, 크게 싸웠던 적도 없는데 말이다.

적어도 한 두 사람 정도는 있을 것이다. 바로 그 사람이 내 마음의 티끌들을 가장 잘 증명해 주는 사람이다.

한 가지 예시를 들어보도록 하겠다.

 

 

A라는 사람이 있다. A는 친구 B를 굉장히 싫어하고 있다. 별다른 이유없이, 그냥 보면 왠지 짜증이 난다. B는 평소에 활발하고 재치도 많아 주변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 하지만 가끔씩 그게 너무 지나쳐서 시끄럽다거나, 장난이 너무 심하다는 둥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기도 한다. 저번에는 장난을 치다 다섯 살 아래인 동생을 울린 적도 있다. 차마 대놓고 얘기하진 못하지만, 평소에도 싫은데다 남들에게까지 집적거리는 걸 볼 때면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는다.

그런데 A 자신도 가끔씩 주변 사람들에게 꾸중을 듣는다. 조용히 좀 하라고, 나대지 말라고.

 

A와 B는 활발하지만 장난이 심해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는 공통점이 있다.

분명히 같은 성격을 가진 두 사람이지만, A는 그런 성격의 B를 이유없이 싫어한다. 대체 왜?

 

(나댄다니! 내가 나댄다니!) 


해답은 <그림자> 다.

위 사례에서 A는 B에게서 자신의 그림자를 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심리학에서의 그림자란, 쉽게 말해서 '자신의 단점 혹은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부분들이 상대방에게서 나타나는 것' 이다.


A는 B와 같은, 한 마디로 '나대는' 성격을 가지고 있었고, A는 자신의 그런 부분을 스스로도 싫어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B한테서 내가 나대는 모습이 보이는 것이다.

마치 마음에 묻은 티끌을 들키기라도 한 듯이 A는 B를 싫어하고, 화를 내게 된다.


이러한 그림자는 자신의 성격 중 싫어하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성격일 수록 그림자가 더욱 커지고, 그 그림자를 지닌 상대방을 더욱 싫어하게 된다.


(그림자는 숨길 수 있는 게 아니다)


아무리 부정하려 해도 우리 모두는 단점을 한 가지씩은 가지고 살아가고, 또 그 치명적인 단점을 쉽게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마치 자신은 무결점의 티없이 맑은 영혼의 소유자라는 듯이.

단점이 없는 사람은 없다. 주변의 무수한 그림자들이 그것을 보란듯 설명해 주고 있지 않은가.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살지 않는다.

무턱대고 그림자를 보고 화만 내고 인정하지 않을 것이 아니라, 그런 그림자들도 자신의 일부로서 포용하고 함께 이끌고 간다면, 당신은 좀더 멋진 사람이 돼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