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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동심파괴 디즈니? 서브리미널 메시지 @차지훈

(알아차렸다면 당신은 더이상 어린이가 아니다)


디즈니뿐만이 아니다.


(담배로 글자까지 만들어낸다니)


이러한 자극적인 메세지들은 디즈니뿐 아니라 무수히 많은 광고 혹은 동영상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장면과 사진들은, 어떤 단어나 그림이 숨겨져 있다고 생각하기 전까지는 알아차리기 힘들다.
혹은, 알고 있다고 해도 너무 빠른 속도로 지나가서 그런 게 있었는지조차 생각할 수 없다.
그렇다면 왜, 평범한 상황에서라면 인지할 수 없었을 법한 글자와 그림들을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 숨겨놓는 것일까?


(무의식=서랍)


내용을 설명하기 전에, 우선 무의식에 대해 간단히 짚고 넘어가려고 한다.
무의식의 모든 내용을 설명하려면 일주일 동안 숨쉬면서 포스팅만 해도 끝이 안 나기 때문에, 극히 일부분의 지식만 알고 가자.

당신은 오늘 아침에 길거리를 지나면서 본 사람의 생김새를 기억할 수 있는가?
그 사람의 파파라치가 아닌 이상은 아무런 신경도 안 쓰고 있었기에 당연히 기억할 수 없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의식 단계에서의 이야기이다.

우리의 무의식은 마치 서랍과 같아서, 우리가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것들을 저장한다.
무심결에 본 사람, 자동차, 수업 시간에 자면서 들었던 선생님의 한 마디, 어릴 적에 한 경험들과 같이 기억 속에서 완전히 잊혀졌다고 생각한 기억들까지 모든 것들을 놓치지 않고 머릿속에 저장해 둔다.
(덧붙여 말하면, 최면을 할 때 떠오르는 것은 우리의 전생 같은 말도 안 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우리의 무의식의 서랍 속에 잠들어 있던 기억이다.)
똑똑한 무의식은 모든 기억들을 서랍에 저장해 둘뿐 아니라, 그 기억들의 세부적이거나 숨겨져 있어 보이지 않는, 우리의 오감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부분들까지도 모두 인지하고 있다.
한 마디로, 의식은 모르고 지나치지만 무의식은 그렇지 않다는 말이다.

(무의식의 속삭임)


이러한 무의식의 특징을 사람들은 상업적인 용도, 혹은 정치적 용도로 악용하기도 한다.
실제로, 미국의 한 뉴스의 오프닝에서는 차기 대통령 후보의 사진을 아주 짧은 순간에 끼워넣기도 하였다.

이처럼 우리의 의식은 인지하지 못하지만, 무의식의 특성을 이용하여 사람들의 잠재의식 속에 특정 메세지를 전달하는 것을 <서브리미널 메시지> 라고 한다. 우리의 인식 범위 이하의 자극, 즉 역치 이하의 자극을 준다고 해서<역하 자극 메시지> 라고도 한다.

위의 사례들을 살펴보면,
디즈니 사의 만화들과 담배 광고에는 모두 "Sex" 라는 성적인 코드를 삽입하였다.
오감과 의식이 지나쳤을 이런 메시지들을 우리의 똑똑한 무의식은 인식하고, 성적 본능에 따라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디즈니 사의 만화를 보고, 담배를 구입하게 된다.

뉴스 사례도 마찬가지다.
1초도 안 되는 굉장히 짧은 순간의 사진이었지만, 무의식은 동영상의 모든 장면을 기억하고 있기에, 삽입된 특정 후보의 사진을 기억하여 그 후보에 대해서 조금 더 친밀감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영화관에서 팝콘 사서 들어가면 영화 시작 전에 항상 다 먹는 필자... 그냥 뭐 그렇다고)


서브리미널 메시지에 대한 유명한 실험을 소개한다. 아마 이미 알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1957년, 제임스 비커리 라는 사람이 뉴저지의 한 극장에서 실험을 시작하였다.
순간노출기 라는 장치를 사용하여 영화 상영 도중 필름 사이에 "Drink Coca-Cola", "Hungry? Eat Popcorn" 등의 메세지를 3천 분의 1초씩 반복하여 삽입했다.
3천 분의 1초, 약 0.0003초. 눈 깜빡이는 속도가 0.1초라고 하니 얼마나 빠른지 짐작이 갈 것이다.
아무리 눈을 부릅뜨고 봐도 인식할 수 없는 수준의 속도로 지나갔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6주 간 진행된 실험의 결과에 따르면, 영화를 보고 난 뒤 나오는 관객들이 팝콘과 콜라를 많이 샀고, 이에 따라 매출량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실험이 있고 나서 많은 사람들이 서브리미널 메시지에 대해 관심을 가졌고, 그에 따라 아까와 같은 많은 광고와 뉴스들에 메시지가 삽입되었다.
우리나라 법 조항에도 서브리미널 메시지에 대한 경계 의식을 볼 수 있다.
방송통신 심의위원회 규칙 제 91호, 방송광고심의에 관한 규정 제 15조에 따르면,

  방송광고는 시청자가 의식할 수 없는 음향이나 화면으로 잠재의식에 호소하는 방식을 사용하여서는 아니된다.

라고 한다.

법으로 규정되어 있기까지 하다니, 서브리미널 메시지라는 거, 정말 무서운 거네?
라고 생각하는 건 당연지사다.

하지만.



(과연...)


50년이 지난 지금까지 서브리미널 메시지가 진실로 믿어지는 데에 반해,
의외로 콜라와 팝콘 실험이 실시된 바로 다음 해부터 이를 반박하는 실험과 증거들은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1958년, 캐나다 공영방송국에서는 서브리미널 메시지를 반박하는 실험을 계획한다.
일요일 저녁 황금시간대의 프로그램 중간중간에, "당장 전화하세요!" 라는 메시지를 무려 352회나 삽입하여 방영했다.
물론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매우 짧은 순간에 집어넣었기에, 시청자들은 그 사실을 몰랐다.
실험 과정과 가설이 1년 전의 실험과 완벽히 일치함에도, 이 실험은 보기좋게 실패로 끝났다.
그 이후에도 실험은 이어졌고, 예상했던 대로 모두 서브리미널 메시지의 실체는 사실상 가짜로 판명나게 되었다.

(19금 소녀시대?)


얼마 전, 한 기독교인의 강의가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소녀시대의 'Gee'를 거꾸로 들으면 마치 성행위를 묘사하고 갈망하는 듯한 메시지가 들린다, 라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이었다.(http://www.youtube.com/watch?v=a4Q7gp3Airw 문제의 부분은 동영상 끝자락에.)
디즈니 사와 광고 등에서 쓰인 서브리미널 메시지를 거꾸로 녹음하여 음악에 삽입했다는, 일종의 '백워드매스킹'의 사례로 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동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너무나도 심한 억측에 불과하다.

그리고, 위에서는 디즈니 사의 예를 2가지만 소개했으나 실제로 찾아보면 상당한 부분이 성적 메시지로 가득하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문제는 그것을 보고 사람들은 디즈니 사를 비밀조직인 '일루미나티', 혹은 '프리메이슨' 과 연결지어 생각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비단 디즈니의 사례뿐 아니라 서브리미널 메시지와 관련된 상당수의 사람과 미디어도.)

이 포스팅의 목적은 처음부터 '서브리미널 메시지? 우와!' 하는 반응을 기대한 것이 아니라, '서브리미널 메시지의 진실과 오해' 를 밝히고, 또 알려주어 사람들로 하여금 주변에 널리 퍼져 있는 잘못된 지식들을 바로잡고 비판적인 사고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러니까 부디, 글을 읽고 혹시라도 서브리미널 효과에 빠져들어 맹신하게 된 사람들이 있다면 어서 빨리 깨닫기를 바란다.
서브리미널 메시지라는 건 우리의 상상 속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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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위 사진 비밀을 잘 모르시는 것 같아 답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