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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문학평론]베르나르 베르베르'인간'-인간이기에 놓을 수 있는 인간에 대한 일침 @이승민


동물의 왕은 누구인가? 많은 이들이 이 물음에 대하여 일말의 고민 없이 사자라 답할 것이다. 낫과 같은 발톱은 적의 가죽을 찢어내고 비수와 같은 이빨은 먹잇감의 심장을 관통한다. 그러나 이 동물의 왕도 인간이 만든 우리 속에서 인간의 유희거리로 전락하였다. 극단적으로, 우리는 왕의 위에 군림하는 신과 같은 존재라고 스스로 여겨왔다. 인간은 언제나 정복자며 지배자며 사육사였다. 그러나 이러한 인간들이 정복 당하며 지배 당하며 사육 당한다는 생각을 해보았는가? 이렇듯 베르나르베르베르의 인간은 지배자와 피지배자를 전도시킨 작품이다.

 

유년기, 베르나르의 개미란 소설을 읽고 그의 열광적인 팬이 됐었다. 그 후 그가 쓴 모든 책들을 정독하였는데, 어째서인지 발간된 지 간극이 있었음에도 본 책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다. 그렇게 근래에 읽게 된 인간을 두 음절로 표현하자면 역시이다. 그가 전작들에서 보여준 인간으로서 향유하기 힘든 상상력과 무애한 표현력들이 이 작품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

 

주인공은 어느 남자와 여자이다. 이 둘은 어느 날 인간 수백 명도 수용이 가능한 병과 같은 물체 안에서 깨어나게 되는데, 이 밀폐된 공간에서 그들은 서로간의 불신과 의견 출동으로 갈등을 겪게 된다. 그러던 중 벽면에 어느 화면이 영사된다. 이 영사된 화면엔 그들이 알아 들을 수 없는 언어로 인간의 핵전쟁과 이로 인해 황폐화되고 파괴된 지구의 모습이 비춰지고 그들은 이제서야 자신들이 인류 최후의 생존자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이후 그들은 스스로 재판을 한다. 인류가 더 번영할 자격이 있는가? 이 좁고 제한된 환경에서 그들이 후세를 낳는다 해도 그들은 정상적 삶을 영위할 수 있는가? 이 논쟁 도중 그들은 인간의 잔인함과 어리석음, 그리고 자만을 자각하게 되지만 이들은 스스로 인류의 마지막 희망이 되기를 자청하게 된다. 그 후 마지막 에필로그에선 이들을 사육하게 된 외계의 어떤 생물체와 동족의 다른 생물체와의 대화가 진행된다. 이 대화에서 이들은 마치 인간처럼 묘사되었는데 이 때문에 독자들은 더욱 피지배자의 입장에서 인간 자신의 횡포를 돌아볼 수 있게 된다.

 

사실 인간은 소설이 아닌 베르나르가 최초로 시도한 희곡이다. 때문에 책의 전개는 주인공인 남자와 여자의 대화로 주로 이루어져있다.

그러나 대화라는 이 단순한 구조에도 불구하고 그가 말하고자 하는 모든 것들이 녹아들어 있다. 인간사는 전쟁과 파괴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이 역사서는 계속해서 집필되고 있다. 우리 인간은 이 전쟁과 파괴의 역사를 계속하여 써내려가야 하는가? 아니면 여기서 종지부를 찍고 제2, 평화와 조화의 역사서를 새로이 써야 하는가? 이 선택권의 주체는 바로, 인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