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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시간의 감성을 읽다 @정여진


늑대소년, 이 영화는 박보영이 연기한 ‘김순이’ 라는 캐릭터가 47년이 흐른 뒤 과거를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동시에 이 영화의 색감이 달라지는데, 이 색감이 더욱 영화를 감성에 젖도록 만들었다.

 

60년대 고등학생 순이는 폐가 좋지 않아 시골로 내려오게 되는데, 이 곳에서 ‘늑대소년’ 송중기와의 만남도 이뤄지게 된다. 그 앞에 짚더미를 뒤집어쓰고 나타난 늑대소년의 모습은 한 마리의 짐승과 다를 바 없이 거칠었다. 하지만 점점 순이의 관심과 보살핌으로 사람이 되어가는 늑대소년의 모습은 영화 관람객들의 마음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대사 없는 늑대소년이 감정 연기를 한다는 것. 힘든 일이지만 송중기는 관객들에게 그 감정을 그대로 전달할 만큼 호소력 짙은 연기를 했다. 늑대소년의 동공이 살짝 흔들리고, 입꼬리가 살짝 내려가는 섬세한 감정 연기를 보고 있자니 넋을 차릴 수 없이 집중하게 되었다.



송중기, 박보영 주연의 영화 ‘늑대소년’이 현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다. 나도 늑대소년이 개봉하자마자 두 배우에 대한 기대로 관람하게 되었다. 아무런 스포일러도 읽지 않은 채로 영화를 봤던지라 아무런 배경지식이 없었지만, 관람하는 내내 사놓은 팝콘과 콜라에는 손이 가지 않을 정도로 집중하며 볼 정도였다. 이처럼 현재, 한국인을 사로잡은 영화 ‘늑대소년’.

완벽한 캐스팅, 감성 짙은 시나리오, 감성적인 필름, 적절한 악역의 배치.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이 영화의 흥행을 이끈 주역은 어떤 시점에서였을까?

 

이 영화의 배경은 60년대이다. 판타지적 요소가 가미된 영화이지만, 아이들이 들판에서 놀다가 ‘밥먹어!’ 라는 엄마와 할머니의 외침, 이사오는 사람의 짐정리를 거두는 이웃 인심은 어른들의 세속화된 일상에 촉촉한 감성을 전해준다. 말도 안 되는 판타지적 요소인 늑대소년이 따뜻한 추억에 녹아들어 다가오는 순간, 늑대소년은 추억의 매개체로 따뜻한 감성을 전한다. 또한 어린 세대들에게도, 어린아이같던 늑대소년이 순이로 인해 사람의 감정을 잘 표현할 수 있게 변화되는 과정이 감동적이었을 것이다.

 

마음을 움직이는 영화. 그랬기 때문에 여러 세대에서 관람하고, 함께 눈시울을 붉히기도 하고 웃기도 하면서 영화 속에 녹아들 수 있었다. 어느 순간 우리 모두가 순이였고, 그 순간을 공감할 수 있는 추억을 가진 사람들이었기에.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을 움직이는 감성 짙은 동화책을 읽는 기분이다. 누구든 만일 이 영화를 본다면 아름다운 감성을 그려낸 이 2시간에 찬사를 보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