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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중국 슈퍼리그, 진짜 슈퍼리그가 될 수 있을까 @백재민

 

 예로부터 고대 중국의 수도였던 장안은 당대 세계 최대의 도시로써 여러 나라의 상인들이 무역과 교류를 통해 최고 품질의 물품들을 사고 팔았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1300년이 지난 지금, 중국은 세계 최고의 플레이어들의 이적과 루머가 일어나고 있고, 축구계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다.


 축구에서의 제일 큰 화두 중 하나는 이적이다. 시즌 전이나 시즌 중반에 자신의 팀에 필요한 포지션의 선수를 보충하고, 재정적으로 부족한 팀들은 재정을 보충하여 서로의 이해관계를 맞추어나갈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3,4년 전부터 축구에 대한 석유갑부들의 투자가 높아짐으로써 일명 오일머니의 영향으로 많은 선수들이 사우디, 카타르 등지로 이적을 했다.

 

 하지만 요즘 축구에서는 돈의 흐름이 실크로드를 따라 동쪽으로 향하고 있다. 중국은 1990년대부터 시장경제 도입 이후,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인해 새로운 재벌세력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재벌세력들은 세계 재벌순위에도 어느 정도 이름을 올릴 만큼 매우 부유한데, 이 재벌세력들이 축구계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한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는 지난 시즌 우승팀인 광저우 에버그란데헝다가 있는데 쉬자인 헝다 광저우 구단주는 어렸을 때 철강회사의 말단 기술공으로 시작해 광둥지방 부동산 재벌 사업가로 자수성가하여 현재는 중국의 7대 부호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총 매출액이 8조가 넘을 정도로 막대한 부를 자랑하는 쉬자인 구단주는 승부조작 파문으로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이 사형당해 2000년도 초기부터 2부리그를 전전하던 광저우를 인수하여 첫 해에만 180억을 쏟아부으며 승격시킨 후, 승격한 첫 해에 600억을 써서 펑샤오팅, 정쯔, 순시앙, 자오쥬리와 같은 중국이 내로라 하는 스타선수들과 조원희, 다리오콘카(메시, 호날두에 이은 세계연봉 3위에 올라 큰 이목을 끌었다, 이적료+연봉만으로 320억이 듬) 등의 스타선수들을 사와 첫 해에 30 20 8 2패라는 놀라운 성적을 기록했다. 이와 더불어 이듬해엔 바리오스, 김영권 등을 영입하여 리그 2연패를 달성하였다. 그들의 원동력 중 하나는 전체운영비 600억 중 200억이 쓰이는 특이한 승리수당 제도인데, ‘3-0-3제도라 불리우는 제도이다. 이기면 300만위안(한화 약 5억원)을 받고 지면 벌금으로 300만위안을 내야 한다. 이 때문인지 광저우는 2패만을 하는 놀라운 면모를 과시하였다.


 광저우 에버그란데를 운영하는데엔 600억원 정도가 드는데, 이는 모기업 전체홍보예산의 4/1에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계속되는 무패행진이 뉴스를 타고 나가자, 수십조에 달하는 홍보효과를 얻었다는 현지 보도도 있었다. 이렇게 광저우가 승승장구하면서 에버그란데 기업의 이윤으로 연결되니, 다른 부호들도 서둘러 발을 들여놓고 있다.


 이러한 투자의 배경에는 평소 굉장한 축구광이자 현재 중국 주석인 시진핑이 중국축구의 발전을 위해 발 벗고 나선 것이다. 그는 세 가지의 단계적 목표를 내걸었는데, 중국의 월드컵 본선 진출, 개회, 우승이 바로 그 것이다. 아직은 터무니없겠지만 축구광인 그에게는 꼭 달성하고 싶은 장기플랜이다. 그는 축구팀 구단주들에게 축구팀에 투자하는 만큼 세금면제를 내세우고, 구단주들을 압박하여 슈퍼리그를 슈퍼화시키는데 한 몫을 하였다.

 

 광저우는 특히 천연잔디구장 200개와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아약스 유소년 코치를 영입해 오면서 차근차근 축구인재 육성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이제 중국에서 메시와 호날두보다 잘하는 얘가 감자 캐고 있다는 농담이 실현될 수 있는 시간이 가까워진 것이다.


 하지만 급속한 발전에 의한 슈퍼리그에 대한 여러 비판도 적지 않다. 광저우 에버그란데를 3년 동안 이끈 이장수 감독은 3년 동안 팀을 성공적으로 리빌딩하고 강력한 카리스마로 자기중심 플레이를 일삼는 중국선수들을 장악하여 조직력을 다져 팀을 리그 우승까지 이끌어내었고, 첫 출전한 AFC챔피언스리그에서도 조별리그 ?위를 해 16강에 진출시켰지만, 조별 마지막 경기 이후 1위에 오르는데 실패했다는 이유로 구단은 경질통보를 내리고 결국 자진사퇴하는데에까지 이른다. 그리고 연봉 137억원에 달하는 돈을 주면서 이탈리아를 2006년 월드컵에서 우승시킨 앞이름 리피 감독을 선임한다. 당시 무자비하다는 비판여론이 중국 내에 들끓었지만, 리피 감독을 데려옴으로써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정치권의 희생양이 된 팀이자 한국에 잘 알려진 팀, 바로 다롄스터FC이다. 다롄스터는 ?회 우승에 빛나고 안정환 선수가 뛰면서 제 2차 전성기를 맞아 현지팬들로부터 다롄의 별이라는 애칭을 얻었을 만큼 한국 축구팬에게 가장 친숙한 중국의 축구팀이기도 하다. 하지만 다롄스터FC의 모기업의 사장이자 중국의 NO.2를 시진핑과 다투던 보시라이가 시진핑에게 점점 밀리기 시작하자 갖가지 정치스캔들에 연루되었고, 자금난 때문에 구단을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런데 다롄스터FC를 바로 지역 라이벌인 다롄하얼빈FC가 인수하게 되는데, 중국프로축구 규정에 따르면 기업 하나가 두 축구팀을 운영할 수 없기 때문에 다롄하얼빈은 다롄스터를 합병하기에 이른다. 사실 말만 합병이지 29년 동안 중국축구를 호령했던 명문팀 다롄스터FC의 역사가 송두리째 없어진 것은 많은 축구팬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세 번째로 세계 곳곳에서 스타 플레이어들이 몰려오는 가운데, 중국 슈퍼리그를 대표하는 두 스타 니콜라스 아넬카와 디디에 드록바가 상하이 선화에서 방출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상하이 선화는 재정상황도 고려하지 않은 채 디디에 드록바를 영입한 후 100일도 안되어 방출하는 추태를 보여 앞으로의 스타선수들의 중국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2014 12월까지 주급이 30만달러(한화 3 4천만원)에 이르는 계약서에 서명해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지만 투자여력도 없는 상태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어 일단 지르고 보자라는 식의 스타 영입행보는 중국 축구 발전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또한 AFC챔피언스리그 진출팀(4위 이내)에게는 6+1제도(외국인 6+아시안쿼터 1)를 허용한다는 방침이 있었는데 이러한 제도가 중국축구의 스타성을 높이는데 한 몫 하겠지만 과연 미래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유망주/자국선수 육성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는 의견도 많다.


 앞으로 향후 10년간 중국이 얼마나 발전할 지는 미지수이다. 하지만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계속되고 있고, 향후 발전할 것 만큼은 확실하다. 그러나 그 발전이 슈퍼리그를 슈퍼리그로 만들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전세계의 눈이 중국으로 집중된 가운데, ‘장안의 화제장안만의 화제인지는 두고 보아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