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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DreamSymphony 기획, 2탄-벼락치기가 제일 쉬웠어요 @차지훈

다가오는 시험기간.

거들떠보지도 않은 책.
쏟아지는 졸음.
타들어가는 똥줄.

초, 중, 고, 대학생을 막론하고 시험은 언제나 공공의 적이 되어왔다.
평소에 공부 좀 해둘 걸, 하고 후회해봤자 이미 늦었다.
시간은 너무나 빨리 지나가는데 외울건 산더미, 책은 눈에 들어오지를 않는다.
6시 내고향과 진품명품은 또 왜 이리 재밌는 걸까.

공부 잘하는 방법? 그건 필자도 모른다. (알면 이러고 있을까)
이번 포스팅에서는 공부를 잘 하는 방법 대신, '벼락치기' 를 잘 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특히, 수능 준비하랴, 영단어 외우랴, 수학 문제 푸느라 정신없는 고3 수험생들에게 이 포스팅을 바친다.
절대 필자가 그런 학생이라서 이러는 게 아니다.

(벼락치기의 신 제우스와 함께하는 공부)


1. 자라!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1분 1초가 아까운데 잠이나 자라니!?
잠잘 시간에 난 영단어 하나라도 더 외우겠어!

라고 생각한다면, 조심스레 닫기 버튼을 눌러라.
성공한 사람들 중, 밤을 꼬박 새워가며 공부에 미친 케이스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런 경우는, 사법 고시 수석 합격과 같은, 정말 공부에 미치지 않으면 안 되는 케이스.)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공부를 잘 하는 것이 아닌, 단기간에 잘 외우는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충분한 잠이 머리 뿐 아니라 몸 전체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기에 특별한 언급은 생략하겠다.
고등학생 기준, 하루 6시간 정도의 숙면을 취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고, 또 벼락치기를 하기에 적합한 조건이다.
욕심부려 벼락치기 해보겠다고 평소보다 덜 자려 한다면, 밑에서 설명할 벼락치기법을 아무리 숙달한다 한들, 효과는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2. 기적을노래하라!

슈퍼스타K!
참깨빵, 순쇠고기 패티 두 장, 특별한 소스, 양상추, 치즈, 피클, 양파
맥도날드 메뉴 중 하나인 빅맥의 재료다.
근데 읽다보면 왠지 모르게 입으로 흥얼거리고 있다.
맥도날드 알바생이 아니더라도 빅맥의 재료와 조리법을 알 수 있었던 이유는, 빅맥송이 '노래암기' 의 대표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노래암기의 사례는 'abc노래', '나라이름 외우기 노래' 등 빅맥송 이외에도 다양하다.
필자가 초등학교를 다닐 무렵, 강남스타일에 버금가는 패러디로 동네골목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도 그 중 하나이다.
역사책으로 배웠다면 외워지지 않았을 위인들의 이름이 친숙하게 들릴 수 있었던 것도 노래암기의 힘이다.
적어도 우리는 단군할아버지가 홍익인간으로 어쩌구 해서 우리나라를 세우셨고, 계백과 관창이 황산벌에서 혈투를 벌였으며, 혁거세가 알에서 태어났다는 사실 정도는 대강 알고 있지 않은가?

(문과생들에게 주기율표는 영단어일뿐)


국어, 과학 시험이 코앞이라면 노래 암기를 사용해볼만 하다.
문과는 문법, 음운 파트에서, 이과는 주기율표 등을 노래로 만든다면 효과적일 것이다.
부르기 쉬운 노래를 하나 정해서 가사를 바꾸자.
중요한 건, 가사를 짓고 끝! 이 아니라, 계속해서 부르고 또 불러야 한다.
가사를 보지 않고도 입에서 흥얼거릴 정도가 되면, 이제 시험 성적을 기대해도 좋다.

* 참고 : 나라이름 외우기 노래
http://youtu.be/x88Z5txBc7w?t=10s 노래로 외우는게 효과적이라고는 했지만, 이건 부르는 것 자체가 힘들듯;


3. 이야기하라!


활석, 석고, 방해석, 형석, 인회석, 정장석, 석영, 황옥, 강옥, 금강석.
중학교 1학년 과학시간에 배운 '모스 경도' 의 순서다.
뒤쪽으로 갈 수록 경도, 즉 긁히지 않는 정도가 커지고, 1820년 프리드리히 모스에 의해서 고안되었다는 사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고, 우리는 단지 이 순서를 외우기만 했다.
아마 거의 대부분의 학생이 딱 한가지 방식으로 외웠을 것이다.

'활석 많은 방형이 인정없는 석황을 강금했다'
이제야 기억이 나는 듯 하다.
각 암석의 앞글자를 따서 2개씩 짝지어 나름의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정말이지 유치하기 짝이 없지만, 그 시험을 볼 때만큼은 최고의 암기법이었다.


3월 14일은 화이트데이가 아니라 파이데이다.
아무리 사탕과 초콜릿이 오간다고 해도, 신경쓰지 않는다.
필자에게 3월 14일은 파이데이다.

해마다 파이데이에는 파이의 숫자를 외우는 대회가 열리는데, 현재 최고 기록은 중국 대학생이 세운 6만 7890자리다.
우리나라에서도 파이데이에 참여한 학생이 있었는데, 외우는 방식이 좀 남다르다.
숫자를 일정 단위로 끊어서, 숫자들이 발음나는대로 나름의 스토리를 만든다.
 스토리들을 연결시켜 파이의 자릿수를 외워나가는 것이다.


앞으로 필자도 3월 14일날 파이데이에 참여해야겠다^^

(주륵)




4. 끊어라!


다음 숫자를 읽고, 외워보자.


6704295812974403

외웠으면, 종이를 꺼내 외운 숫자를 써 보자.

자, 이제 종이는 치워버리고, 숫자를 욀 때 어떻게 외웠는지 떠올려 보자.
혹시 6704/2958/1297/4403 으로 끊어 외우고 읽지 않았는가?
외국인이 아닌 이상 99%가 4자리씩 끊어 읽었을 것이다.

이렇게 나열된 숫자처럼 외워야 할 것이 있을때, 끊어 읽는 단위를 '청크(chunk)' 라고 하고, 이를 이용하여 외우는 것을 '청킹' 이라고 한다.
크는 주로 3~4 자리로 이루어지며, 흔히 7~8자리의 숫자 혹은 글자를 외울 때 자주 쓰인다.
위에서 말한 주기율표, 파이 등에서도 혼합되어 쓰일 수 있다.



실제 예시를 들어보자.
필자가 현재 공부하는 한국지리의 한 부분이다.
저것들의 이름을 일일이 외울 필요는 없지만, 외운다고 치고, 이름의 앞글자를 따서,
두길평평/경옥영경 이라고 외우면 되는 것이다.
여기서 '두길평평', '경옥영경' 은 각각 '청크' 에 해당된다.

다 쓰고 보니 너무나 평범하고 당연한 암기법이었다는 건 비밀...


5. 연결 지어라!

(기억 궁전에 진입하고 있는 셜록. 이거 찍으면서 좀 창피했겠더라.)


마지막으로 소개할 벼락치기 암기법은 위의 4개에 비해 고급 기술이다.
바로 <기억궁전> 이라고 불리는 암기법인데, 암기해야 할 대상을 특정 장소와 연결 지어 기억하는 것이다.
위의 사진은, 영국 드라마 '셜록' 에서 주인공 셜록 홈즈가 자신만의 기억 궁전에서 기억을 찾는 과정이다.

사실 말이 궁전이지, 신이 언제든지 상세하게 떠올릴 수 있는 장소면 어디라도 관계없다.
매일 다니는 등굣길, 또는 하굣길, 우리집, 동네 공터, 등의 생생하게 세부적인 것까지 기억나는 곳이면 된다.
장소를 선정했으면, 이제 그 장소의 여기저기에 기억들을 심어놓으면 된다.

Pedestrian / Petroleum / Jury / Vanish / Endow (보행자 / 석유 / 배심원단 / 사라지다 / 수여하다)
다음의 영단어를 기억궁전을 통해 외워보자.
장소는 우리집.


침대에서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면 길거리에 'Pedestrian' 이라는 단어가 새겨져 있고, 그 위에 사람들이 지나다닌다.

책상에 Petroleum 이라는 단어가 써져 있는 것을 보고 책상 밑을 보니 석유가 콸콸 샘솟고 있다. 이게 뭐지.

거실의 탁자에는 각각 J, U, R, Y 라는 이름표를 가진 사람들이 앉아 있고, 가운데 사람을 두고 재판을 하고 있다.

부엌에 가서 냉장고를 열어보니 김치통 뚜껑에 Vanish 라고 써져 있었고, 뚜껑을 열어보니 김치가 사라졌다.

화장실에 들어갔더니 왕위 계승식이 변기 위에서 열리고 있다. 왕이 왕자에게 왕관을 수여하는데 왕관에는Endow 라고 쓰여져 있다.

유치하지만 이런 식으로 외우면 된다.
필자는 기억 궁전을 주로 영단어에 사용하지만, 굳이 공부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분야의 기억에 도움이 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실제로 그 장소를 걸어가 직접 체험하는 느낌으로 외워야 한다.
그리고 주로 생생하고 뚜렷한 시각적인 이미지 (후각, 촉각, 미각, 뭐든 상관없다. 감각적인 이미지가 필수다.) 가 더해지면 기억은 더욱 더 선명해진다.

그냥 하는 사람은 열심히 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열심히 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

벼락치기다, 암기법이다, 말은 많이 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ㅡ물론 어렵겠지만ㅡ공부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