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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악마를 보았다, 사이코패스 @차지훈

인터넷에 '사이코패스' 라는 단어를 치면 이런 글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아파트에 사는 당신은 어느 비오는 밤에 창밖을 내다보게 되었습니다...


저멀리 보이는 주차장에는 두 명의 사람이 서 있었습니다...


갑자기 한 사람이 칼을 빼들더니 다른 한 사람을 무자비하게 찌르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놀라 그 자리에서 굳어버린 당신은 한참동안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칼을 든 남자가 불현듯 뒤를 돌아보았고, 당신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이윽고 남자는 당신이 있는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당신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습니다...


남자는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요?..



살해현장을 발각당한 사람이 목격자를 발견하자 위협을 가하려는 의도로 손가락으로 가리킨 것이라 생각하


면 당신은 일반인,



목격자가 서 있는 아파트의 층수를 계산해보려 손가락으로 층을 세고 있었다고 생각했다면 당신은 사이코패스 입니다...

 

당신은 어두운 숲 속을 걷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기척이 느껴졌습니다...

 

뒤를 돌아 당신이 발견한 것은...

 

 

사람, 나뭇잎, 귀신 이라고 생각했다면 당신은 일반인,

 

 라고 생각했다면 당신은 사이코패스입니다. 


이딴 거 다 필요없다. 

 

혹시라도 저런 테스트에서 사이코패스라는 결과가 나왔던 사람들, 이제 그만 떨고 이불 속에서 나와도 된다.

대체 누가 저런 말도 안 되는 테스트를 만들어냈는지 모르겠다.

 

첫 번째 테스트를 만든 사람은 아마도, 저 상황에서 살인자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층수를 세고 목격자를 죽이러 간다는 발상을 하고는 '내가 봐도 완전 사이코패스같아! 이 정도면 사람들이 무서워 하겠지?' 라고 말했을 것이다.

 

두 번째 테스트를 만든 사람은 더 생각이 없었을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개' 와 '사이코패스' 와의 연관성을 찾을 수가 없다. 오히려 '귀신' 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정상인이라니...

아마 제작자가 '개를 혐오하며 귀신의 존재를 믿는 사람' 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위의 두 테스트 외에도 인터넷에 떠도는 '사이코패스 테스트' 들은 실제 사이코패스와 아무런 연관이 없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조금 무서운 창의력 테스트?


이번 포스팅에서는 사이코패스가 무엇인지, 그리고 위의 쓰레기 같은 테스트들을 비롯한 사이코패스에 관한 오해를 풀어보고자 한다.

 

위의 테스트를 이렇게까지 욕하는 것은 절대 필자가 처음 위와 같은 사이코패스 테스트를 접했을 때 '와 쩐다;ㄷㄷ' 하며 철썩같이 믿어서가 아니다.

정말이다, 믿어줘라.



1. 사이코패스?


충동적이고, 사람 대 사람으로의 감정이입이 전혀 일어나지 않고, '도덕성' 이라는 개념 자체가 뿌리잡고 있지 않아 다른 사람의 권리를 무시하고 침해하며, 인간관계를 힘의 우위, 강자와 약자와의 관계, 즉 지극히 야생적이고 동물적인 관계로 파악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비슷한 개념으로 '반사회성 인격장애' 가 있는데, 같은 개념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나, 전문적으로 엄밀히 따지면 조금 다르다고 한다.

 

뉴스에서 가끔 보이는, 사이코패스라고 여겨지는 몇 연쇄살인범들을 보면 위의 조건들으 모두 들어맞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살인은 거의 대부분 충동적으로 일어나고, 범행 사실을 자백할 때 도덕적 감수성의 결여 때문에 죄송하다고 몇 백 번이고 반복해도 모자랄 것을, '별로 미안하지 않다', '그 사람은 죽어도 된다' 는 등의 말을 한다.

애써 자신의 행동을 어떻게든 정당화하고 둘러대려 하지 않고, 어찌 보면 쿨하게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며 당당하게 행동하는 모습이 악마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2. 도대체 왜 그러는 거지?


사이코패스가 되는 이유는 대부분 선천적인 유전에 의해서이다.

다만, '사이코패스' 라는 성질 자체가 유전되는 것인지, 충동성과 같은 반사회적 기질이 유전되는 것인지는 아직 밝혀내지 못하였다.


선천적인 유전 문제가 아닌 경우에는, 어렸을 때의 환경이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어릴 적 부모의 학대 혹은 부모의 일관적이지 못하고 변화가 심한 양육 방식이 성격을 형성하는 과정에 영향을 미쳐 소위 말해 '삐뚤어' 졌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3. 사이코패스 테스트 해봤는데 나 사이코패스래.. 이상하게 오늘따라 피. 가. 끓. 는. 군.


개소리.


저런 테스트들이 유행했을 때 실제 외국에서 수사할 때 쓰였던 테스트라고 하던데 그것 역시 개소리.

사이코패스를 진단하는 검사 따위는 없다. 반사회성의 정도를 진단하는 테스트로 가늠할 뿐이다.

그러면 tv에서 '사이코패스' 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다 뭐냐, 라고 한다면 사이코패스라는 것은 공식적인 진단명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

그냥 우리가 그런 명칭으로 부를 뿐, 정신과 의사 기록 어디를 뒤져봐도 사이코패스라는 단어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크큭.. 왠지 피에서 케찹 맛이 날.것.같.군.요?) 

 

4. 고치는 방법은 없을까?

 

사실 사이코패스, 반사회성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정신과 의사들에게 치료하기 어려운 대상 중 하나라고 한다. 감성이 메말랐으니 대화가 잘 통할리 만무하고, 상대방의 기분을 헤아리질 못하니 돌직구 핵직구를 마구 날려댈 것이니 이해가 간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이코패스들은 피하는 것이 좋다. 괜히 힐링해주겠다고 가까이 있어봤자 도움은 커녕 피해만 입을 게 뻔하다.

그렇다고 사이코패스가 치료 불가능한 구제불능인 질환은 아니다.

가까운 정신병원에서 상담 치료와 약물 치료를 받게 하는 것이 최우선의 선택이다.


정신병원에서의 치료법은 의외로 간단한 메커니즘을 바탕에 두고 있다. (물론 그 과정은 순탄지 않겠지만 말이다.)

사이코패스들은 반사회적인 태도를 보이기 때문에, 이와 반대인 '친사회적' 행동을 하게 한 후에 그것이 곧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면 되는 것이다. 어때요, 참 쉽죠?



5. 소시오패스? 그건 또 뭐지?


사이코패스와 비슷한 특징을 보이는 사람들 중 '소시오패스' 라 불리는 사람들이 있다.

사이코패스처럼 양심이 없고, 반사회적이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행동이 잘못된 것임을 인지하고 있고, 사이코패스가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것과는 다르게 냉정하게 감정 컨트롤을 하며, 흉악범이 아닌 보통 사람의 모습으로 치밀하게 반사회적 행동을 한다.


절대로 내가 셜록 팬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소시오패스의 대표적인 인물이 '셜록 홈즈' 라는 인물이다.

가상의 인물이긴 하지만, 전형적인 특징들을 보여주고 있어 소시오패스를 이해하는 데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니까 셜록 보자. 2번 보자.


이건 내 주관적인 의견이지만, 소시오패스가 어쩌면 사이코패스보다 더 무서운 것이라 생각한다.

사이코패스는 그 수도 상대적으로 적을 뿐더러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상한 낌새를 느끼는 경우가 많아 사전 격리 혹은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소시오패스는 다른 사람을 이용하여 짓밟고 올라가 성공하는 것이 주된 목표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사회적으로 교류를 할 때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는 법을 안다. 때문에 더더욱 알아내기 힘들다.

이러한 '비정상적으로 냉철한' 성격 때문에 성공한 사람들 중에 소시오패스가 실제로 꽤 있다고 한다.

문제는 성공하기까지 걸어온 길에서 피해를 준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사이코패스가 수소폭탄이라면, 소시오패스는 방사능과 같은 존재이다.

하나는 그 즉시 피해가 강력하고 끝이지만, 다른 하나는 눈에 보이지 않아 주변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조금씩 퍼져나가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

그래도 결코 좋게 생각할 수 없는 둘이다.



인터넷을 떠도는 각종 도시괴담들이 있다.

대표적인 예로 팔척귀신, 빨간 마스크 등 폭풍처럼 등장해 많은 어린이들에게 공포감을 주었던 괴담이 있었다.

이들 괴담과 사이코패스의 공통점은 몇 년 전까지 인터넷과 각종 매체들을 달구던 뜨거운 감자였다는 것이다.

소설, 만화까지 만들어져 다양한 방식으로 공포를 우리에게 선사했다.


도시괴담들은 대체로 거짓이지만 사이코패스 같은 경우는 사실이니 비교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 라고 물을 수 도 있겠지만, 사이코패스라는 개념이 널리 유행(?) 하던 시기에는 도가 지나칠 정도의 왜곡과 변형으로, 사실상 괴담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가장 큰 문제는, 사이코패스 괴담과 같은 도시괴담들이 많은 이들(특히 어린이)에게 공포감을 조성하고, 더 크게는 트라우마와 정신적 피해를 입힌다는 점이다.

필자 본인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 사회적 현상들을 무시할 수만은 없었다.


이래저래 말이 많았는데, 결론은 한 가지다.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 (예를 들면 사이코패스 진단 테스트) 를 보는 사람도 맹신하지 말고 재미로 넘기고,

그것을 퍼뜨리는 사람 또한 그 파장에 대해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라고 급 수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