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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불확실'에 대한 새로운 생각 @이준형


 모든 수험생은 수능을 두려워한다. 모의고사에서 항상 우수한 성적을 내는 학생도 수능을 두려워하고 긴장감에 마음을 떤다. 그 이유는 왜일까? 수험생들의 앞을 불확실이라는 짙은 안개가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뚫고 지나갈 수는 있지만 지나가기 전까지는 그 뒤를 알 수 없다. 대강 얕은 수준의 예측 정도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아무리 매번 모의고사를 잘 봐도, 정작 수능 때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아무리 선생님과 적당한 학교의 합격을 점쳐봐도 진짜 합격 발표일에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렇기에 수험생은 과거의 행적과는 관계 없이 누구나 가슴 속에 무거운 돌덩이를 얹고 있기 마련이다.

 

 불확실한 미래는 수험생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세상사를 조금은 합리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정도로 철이 든 모든 이들에게 불확실은 언제나 함께한다. 불확실은 우리를 두려움이라는 우물에 빠트려 허우적대게 한다. 이쯤 되면 불확실은 나쁜 정도가 아니라 없어져야 마땅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불확실이라는 개념과 존재가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 만족하고 있었을까? 한 번 생각해보자. 불확실이 없었다면 우리는 어땠을까? 내일이 보이고, 내년이 보였다면 우리는 만족할 수 있었을까?

 

 나는 불확실한 미래가 없었다면 우리가 지금 절대 만족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에 대해 2가지의 이유를 덧붙여보고자 한다.

 


 ① 우리는 불확실한 미래가 있기에 발전에 대한 욕구를 느낀다. 또한 불확실함은 반전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앞서 언급한 수험생의 경우, 수능의 결과를 절대 알 수 없기에 수능 전 날까지 치열하게 공부하고 더 나은 자신을 위해 노력한다. 과거 인류가 동굴에서 불을 지피며 살았을 때는 맹수에게 잡하먹히지는 않을까, 먹을 식량을 구할 수 있을까라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에 사로잡혔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걱정들은 결과적으로 새로운 기술, 발전된 문화에 대한 욕구를 이끌어내고 행동을 위한 원동력을 부여했을 것이다. 이런 맥락으로 보면 우리가 지금과 같은 기술과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것도 불확실의 존재에서 비롯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② 또 불확실한 미래는 우리에게 살맛나는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만약 우리가 미리 거대한 관문을 통과한 후의 모습을 알 수 있다면,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를 알 수 있다면 과연 그 관문을 넘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까? 그런 삶에서 인생의 감칠맛을 느낄 수 있을까? 삶에서 불확실이 없어진다는 것은 입력된 알고리즘에 따라 정해진대로만 반응하는 컴퓨터와 다름 없는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불확실한 미래는 우리에게 두려움을 안겨주지만 숨겨진 이면 속에는 우리에게 진보를 향한 원동력을 끊임없이 부여하고 인생의 감칠맛을 느끼도록 해준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불확실한 미래가 없는 오늘은 정말 재미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