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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리뷰]Travis-The Man Who(1999) @최승호 Track 1."Writing to Reach You" – 3:412."The Fear" – 4:123."As You Are" – 4:144."Driftwood" – 3:335."The Last Laugh of the Laughter" – 4:206."Turn" – 4:247."Why Does It Always Rain on Me?" – 4:258."Luv" – 4:559."She's So Strange" – 3:1510."Slide Show" – 3:06● 추천트랙:1,2,7,10 가장 둥글고 부드러운 것이야말로 가장 예리하고 날카롭다 창의력이 곧 무기라는 요즘 시대에서, 스코틀랜드의 수도 글래스고 출신인 트래비스는 소위 "엣지 있는 밴드" 처럼 내세울만한 뚜렷한 특징이 있는 밴드는 아니다. 트래비스의.. 더보기
[문학평론]김영하'빛의제국'-빛의 제국 속 당신의 모습은 어둠이다 @이승민 그간 문학으로서의 첩보물은 총격이 난무하는 추격전과 유혈이 낭자함 속에서 피어나는 로맨스로 대표되는 007시리즈의 이미지와 크게 상등해왔다. 그리고 여기, 북에서부터 남파되었으나 그의 태반에서부터 연줄이 끊기게 되어 배역으로서의 삶이 배우로서의 삶으로 전치된 고정간첩 김기영이 있다. 그에겐 아내가 있다. 또한 자식도 있다. ‘간첩’이란 약간 위험한 직명 대신 그의 명함엔 ‘영화수입업자’라는 그럴듯한 직명이 적혀있다. 일생의 반을 당과 수령 대신 민족과 국가가 존재하는 국가에서 체류하며 이제 김기영에게 있어서 남한은 타향이 아닌 고향이 되었었다. 그러나 이 책에서 400쪽 가량 서사되고 있는 ‘어제와는 다른 오늘’은 그의 뇌수를 관통하는 듯한 두통과 함께 졸연히 찾아온다. ‘문어단지여 허무한 꿈을 꾸네 하.. 더보기
[문학평론]박민규'핑퐁'-대중에서 괴리된 이들이 말하는 참된 대화 @이승민 신경숙, 김영하, 공지영, 신형철 등 대표작 한 권쯤은 읽어 보았을 만한 유명저자들의 책을 수백, 수천 권씩 나열해 놓는다면 각각 누구의 저서인지 당신은 분간 할 수 있을 것인가? 표지와 제목, 저자를 모두 가린 채 오직 종이 곳곳에 산재해 있는 작가의 문체적 편린을 끼워 맞추며 작가의 실루엣을 만들어 가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만일 이 수 많은 책들 사이에 박민규의 소설이 있다면, 당신은 책장 하나하나에서 고작 한 조각의 편린이 아닌 온전한 은린(銀鱗) 전부를 건져 낼 수 있을 것이다. 박민규의 작법은 꽤나 독특하다. 아니, 독특하다고는 형언이 불가한 그의 작법은 ‘괴이하다’라는 어휘로까지 수식을 해주어야 할 것이다. 두 장의 백지를 ‘핑’과 ‘퐁’이란 두 음절만으로 채워 넣기도 하고 .. 더보기
[문학평론]베르나르 베르베르'인간'-인간이기에 놓을 수 있는 인간에 대한 일침 @이승민 동물의 왕은 누구인가? 많은 이들이 이 물음에 대하여 일말의 고민 없이 ‘사자’라 답할 것이다. 낫과 같은 발톱은 적의 가죽을 찢어내고 비수와 같은 이빨은 먹잇감의 심장을 관통한다. 그러나 이 ‘동물의 왕’도 인간이 만든 우리 속에서 인간의 유희거리로 전락하였다. 극단적으로, 우리는 왕의 위에 군림하는 신과 같은 존재라고 스스로 여겨왔다. 인간은 언제나 정복자며 지배자며 사육사였다. 그러나 이러한 인간들이 정복 당하며 지배 당하며 사육 당한다는 생각을 해보았는가? 이렇듯 베르나르베르베르의 ‘인간’은 지배자와 피지배자를 전도시킨 작품이다. 유년기, 베르나르의 ‘개미’란 소설을 읽고 그의 열광적인 팬이 됐었다. 그 후 그가 쓴 모든 책들을 정독하였는데, 어째서인지 발간된 지 간극이 있었음에도 본 책의 존재조.. 더보기
[중국견문록]추야우중, 고국을 노래했던 최치원을 느끼면서 @이승민 아직 해가 하늘을 빛으로 덮기도 전인 시간인 새벽 5시, 알람소리가 인사불성인 나에게 돌연히 울리기 시작하였다. 3분 간격으로 맞춰져 있던 10개의 알람 중 깊은 잠에서 나를 끄집어내는 데에는 오직 3개의 알람만이 필요하였다. 아직 머릿속 운영체제가 완전히 부팅되기 전 나는 무엇이 이런 이른 아침(이라기 보단 늦은 밤)에 나를 깨웠는지 잠시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잠이라는 짙은 운무 속에서 하나의 단어가 걸어 나왔다. ‘중국여행’. 이 단어는 아직 반쯤 자고 있는 내 대뇌에 조급함을 심어주기에 충분하였고, 전례 없는 속도로 씻고 짐을 꾸린 나는 폭우와 어둠을 헤쳐 공항으로 향하는 대형버스에 승합하였다. 한국 시간 1시 20분, 잠결이긴 했지만 랜딩기어 내리는 소리와 잠시 후 상해 푸동 국제공항에 착륙한다는.. 더보기
당신을 옥죄는 나태란 질곡을 끊기 위하여 - (2) 자신과 맹신을 분계한 운신 @이승민 많은 이들이 유혹이란 포말(泡沫)에도 풍화되고, 소슬한 욕구의 미풍에도 함락되는 사상누각과 같은 각오들을, 매일 같이 양산한다. 이러한 사상누각 대신 봉황루와 같은 확고한 각오를 갖기 위해선 일단 ‘자신(自信)’이란 반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인간의 의식 저변엔 정신과 육체를 망라한 모든 고통을 기피하고자 하는 자구책이 내재해 있다. 특히 학습되지 않은 미지의 것에 대한 두려움에서부터 비롯되는 고통이, 실재하며 일상에 비근한 고통 중 가장 기피하고 싶은 것일 것이다. 헤라클레이토스의 말마따나 지금 내가 발을 담그고 있는 강물마저 어제의 강물이 아니듯, 세상만사 중 변화하지 않는 것이 없고, 오랜 시간을 걸쳐 학습한 경험이라 할지라도 영속적인 것은 없다. 하지만 아무리 데카르트와 같은 회의주의자라 할지라도,.. 더보기
당신을 옥죄는 나태란 질곡을 끊기 위하여 - (1) 자괴의 극복법, 자애 @이승민 ‘쏴아아아아…’ 중력에 몸을 싣고 지상으로 닫는 빗소리만이 아직 볕조차 들지 못한 좁다란 방을 채운 우울한 아침. 한 차례 단말마와 같은 짧은 뇌성이 방 안의 적막을 잠시 헤쳐놓고, 다시 기나긴 우성에 내 오감 모두 잠겨 수마의 손에 이끌려 갈 때 알람이 울렸다. 틀림없이 오늘은 시간의 누수 없이 하루를 보내고자 평소보다 한 시간 앞당겨 맞춘 알람이나 막상 이불을 걷고 일어나보니 불현듯 의구심이 엄습하였다. ‘과연 이런 이른 시간에 일어난다 하여도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또한 나에 대한 맹신도 고개를 들었다. ‘딱 10분, 10분만 이불 속에 몸을 묻자. 오히려 잠 깨는 데에 도움이 될 지 어찌 아는가?’. 물론, 알람을 끄고 다시금 눈을 떴을 땐 되려 평소보다 더 늦은 시간, 피로를 떨쳐내긴커녕 잠에.. 더보기
'죽음'에 대한 새로운 생각 @이준형 예전부터 사람들에게 죽음은 모든 두려움의 궁극적인 대상이었다. 천재지변에 대한 두려움, 병에 대한 두려움, 굶는 것에 대한 두려움 등 거의 모든 두려움은 결론적으로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이른다. 또한 죽음은 사신(死神) 등의 어두운 이미지로 대변되며 우리의 마음 속 깊은 곳에 하나의 이미지를 구축한 채 자리잡았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리가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에는 구체적인 내용이나 근거가 있지는 않다. 막연하고 깊이를 알 수 없는 심해를 들여다보는 듯한 심오한 두려움이다. 이 때문에 수 많은 사람들이 죽음 이후의 비밀, 사후세계에 대해 알아보려 노력했지만 아직까지도 근거 없는 루머 만이 입에서 입으로 떠돌고 있을 뿐이다. 인간의 두려움 중 대부분은 죽음이라는 개념에서 비롯되었다.. 더보기
'자유'에 대한 새로운 생각 @이준형 자신의 ‘자유’에 대한 사람들의 일반적인 인식은 어떨까? 거의 모든 사람들은 아마 상대적으로 자유롭지 못하다고 느낄 것이다. 그리고 그들 중 거의 모든 사람들은 자유에 대해 막연한 동경심을 품고 있다. 그 동경심으로 속세를 벗어나자연에서의 삶을 즐기는 도인과 같은 이들을 보며 그들이 외치는 자유에 감탄한다.‘와- 나와는 전혀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구나, 부럽다!’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그런데 혹시 우리가 자유를 추구하고 갈망하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은 있는가? 왜 우리는 그토록 자유를 열망하고, 동경할까. 게다가 우리는 과연 자유를 갈망해야만 할까.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자유롭지 못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자유’의 기준은 굉장히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언제나 소수의 사람들이 .. 더보기
'도피'에 대한 새로운 생각 @이준형 최근 들어 학교를 다니며 외부활동을 하는 고교생이 늘었다. 청소년 단체 혹은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이들도 있고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기획해 진행하는 이들도 있다. 이런 활동을 하는 학생들은 자신 나름의 이유와 의지를 가지고 활동에 임한다. 하지만 이런 활동을 하는 고교생들을 바라보는 고교생 부모님들의 시선은 대부분 곱지 않다. 그 이유는 왜일까? 일단 무엇보다도 가장 큰 이유는 시간적으로,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학업 외의 것에 신경을 쓰다보니 학업에 지장이 온다는 것이다. 외부활동이나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고교생들은 부모님의 이런 시선에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며 항변하기도 한다. 하지만 부모님들의 의견은 결국 한 군데로 모아지기 마련이다.“너는 단지 공부가 하기 싫어서 도피처를 찾는 것이 아니냐. .. 더보기